이야기/글모음

한계령의 깊은 겨울

평창강 2006. 12. 5. 20:34

 

 

 

 

한계령의 깊은 겨울

 


하루종일 햇살은
잿빛 구름을 관통할 수 없어
한계령 굽이마다 겨울이 깊어 진다
그러므로 하늘도 땅이 그립다

 

너무 낮게 드리운 운무가
산의 허리춤 첩첩이 두른
능선을 핥으며
나목의 언 몸을 베어 문 뒤
햇살도 가지마다 걸려 녹아내리고

 

긴 겨울 수절 든 나무 사이
길 잃은 노루 한 마리
눈 덮인 계곡마다
그리움 토해내다


밤새 울었을 구애의 메아리
바람, 바람이 거친 재색 길로
휘돌아 가슴 엔다

바람의 통로에 눈길에 묻어 오던
임의 고운 소식마저 수신을 잃고


잊혀 간 시간의 긴 덫에 걸려
반송되는 한계령의 깊은 겨울

그 우울한 얼굴은 오히려
음산한 바람에 조차 아름답게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고은영-

 

 

한계령/고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