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친구여 그대의 창가에도 눈이 내리는가
평창강
2007. 1. 6. 16:29
친구여 그대의 창가에도 눈이 내리는가
새벽에 빗소리 요란하더니
지금은 이 깊은 겨울의 중심에
모든 길을 지우며 눈이 내린다
친구여, 눈이 내린다
몹쓸 미움이 형편없는 더러움이
찰나적으로 내리는 눈에 묻혀 사라지고
온 세상의 어둔운 길들을 하얗게 지운다
부유하나 가난하나 높으나 낮으나
세상은 흰 눈의 나라로
우리는 흰 눈으로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중이다
때론 버겁고 아픈 상처에
떠나간 모든 이별 위에
그대를 그리는 사랑 위에
저렇게 내리는 눈처럼
우리 인생의 가슴에도
순백의 새 살이 돋으면 좋겠다
잿빛 낮은 하늘이
가슴에 뭉텅이로 고여 오면
막막한 그리움은 눈길을 걸어
세상을 굽이치고
이 황홀한 고독 위에
아름다운 눈물로 젖어 가는 일인데
친구여 그대의 창가에도 눈이 내리는가
-(宵火)고은영-
성시경/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