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11월의 노래

평창강 2008. 11. 10. 20:55

 


11월의 노래 ...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한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 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 꽃만 허망하게 흔듭니다

해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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