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평창강
2013. 1. 25. 21:35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쫓기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정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