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너에게...

평창강 2005. 9. 21. 19:33




      너에게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