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초겨울 입문

평창강 2006. 11. 24. 07:35

 

초겨울 입문

 

산 벚꽃 움이 봉곳하게 솟아
송곳처럼 날렵하다


만져보니 날랑 하게
잡히는 것을 보면
어느새 겨울채비를 마쳤는가 보다

 

그 옆 속절없이 피어 웃고 있는
겨울동백 볼록한 가슴이
몰래 마음 여는
청상(靑孀)의 입술처럼 붉다

 

야금야금 찬기운 틈새 엿보는
양지쪽 이팝나무 몇 그루도

 
듬성하게 서툰 꽃망울 감추고
찬바람 밀어낸다

 

요즘 같이 허전한 시간으로
산허리 감고 오는 구절초 냄새,
그 향긋함이 그리워지는 오후마다


낭창 하게 취하고 싶은 것은 어떤 기다림일까?

 

-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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