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겨울 나그네

평창강 2006. 12. 20. 20:11

 

 

겨울 나그네


영혼은 언제나
미지의 붉은 광장의 깃발로 펄럭이는
한겨울 추운 나그네
갇힌 벽을 뚫고 환희에 동조하고
사랑을 탈환하던 아, 눈부신 백야

얼음 꽃 같은 가슴을 녹이며
서로 확인하던 광활한 대지에서
들판 가득 황홀한
눈꽃들이 피었다 지고
정처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나그네의 동공은 더욱 시리다

캔버스 안에 푸른 생명체들
점과 획을 긋는 새로운 출산
나의 영원한 사랑
살아 움직이는 거짓 없는
진실 된 눈빛과 수많은 언어
그 맑은 수채화에 빛나는
아름다운 순백의 자유의지

사랑을 넘어선 운명의 예감과
사랑의 명분 앞에
순간순간 숨이 멎도록 떨리던
사선을 넘든 춤추든 붓 놀림
흰 눈처럼 사붓이
혼을 적시던 따듯한 기억

목숨 걸고 꿈결처럼 짧은
사랑을 지켜 내던
그토록 뜨겁던 당신을 안으면
언제나 눈물겨운 체제마저
내겐 흔들리는 일이었다
이름없는 한 마리 철새가 되어
겨울 하늘을 드높이 나는 일이었다

 

-(宵火)고은영-


Comme au premier jour-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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