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둘 일이다
어느 해 봄
꽃이 핀 군자란이 하도 예뻐서
그 꽃을 더 찬란히 피게 하려고
그 해 겨울엔 아예 따뜻한 거실로 들여 놓았다
피지 않으리란 의심도 없었는데
거실에서 겨울을 난 군자란은
꽃이 피기를 거부했는지
잊어 먹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누구를 사랑하여 꽃이 필때
따스한 가슴안에 그를 가두며
더 찬란한 꽃을 감상하려 하지만
어쩌면 그는
군자란을 닮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를 내 가슴으로
지나치게 끌어 당길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둘 일이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내 보폭 만큼 적당히 걸어가고
그대로 둘 일이다
꽃도
사랑도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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