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아내의 종종걸음

평창강 2007. 8. 28. 16:59

 

아내의 종종걸음

 

진종일 치맛자락 날리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집 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몸 슬슬 물들기 시작하는
화단의 단풍나무 잎새 위로
이제 마흔 줄 그녀의
언뜻언뜻 흔들리며 가는 눈빛,
숭숭 뼛속을 훑고 가는 바람조차도
저 종종걸음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방 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 발걸음이 햇살이고 하늘인 걸
종종거리는 그녀만 모르고 있다

 

-고증식-

 

 Vem Vet(누가 알아) - Lisa Ekdahl |

 

'이야기 >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그리고 가을  (0) 2007.09.02
사랑은  (0) 2007.08.29
8월의 소망  (0) 2007.08.03
사랑해본 사람은 안다  (0) 2007.08.01
꽃잎 인연  (0) 2007.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