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 어느곳에..
저만치 피어나는 꽃
저 홀로 피겠는지요
연의 전 생애와
바람의 전 생애가
꽃몽우리 되어 온 연밭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소란스런 밖의 세상에는 아랑곳 없이
홀로 제 안에서 고요하더니
뿌리 내린 곳 맑지 않아도
꽃송이로 피어
바람소리로 연분홍 마음 나부낍니다
비 한줄기
선물인양 푸른 잎사귀에
또로록 영롱한 물방울로 앉았습니다
그대도 아니고 나도 아닌
여린 꽃 한송이 잎사귀에 숨어, 볼 붉힙니다
연초록 잎사귀 아래로
숨 막힐듯 아름다운 우주가 파르르 떨리며
열리는 소리에
톡!
비로소 길이 환하게 뚫어집니다
세월의 모퉁이를 돌고돌아 온
메마른 가슴이지만
가장 고운 것들만 모아 그대에게 내어놓고
환하게 꽃등 밝힌 연밭에서
꽃이 된 사연에 마음 설레며 귀 기울입니다
그대가 바람으로 날아 온 까닭이며
그대의 가슴에 실린 얘기들이며
그대가 바라보는 저 너머까지
들숨 가득 가슴에 품으면
언젠가는
씨앗으로 영글어 가기도 하겠지요
꽃잎 한장에 숨은 그리움과
꽃잎 한장의 결에 엮여진 소망과
꽃잎 한장에 짜여진 애틋한 마음들
어두운 연못 위에
환하게 연꽃들이 피어납니다
때가 되어
흰가슴에 베어드는 슬픔조차 미련없이 떨구며
소롯이 지는 날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세상 밖에 존재하는 사랑이 있 듯
꽃 한송이로 우주가 밝아지는 일
진다고 지는게 아니겠지요
물 속 제 그림자를 안고
무채색으로 저무는 여름날의 연밭 위로
예쁜 잠자리 떼 빙글빙글 날아다니고
사랑했지만 온전히는 사랑하지 못한 날들 분분히 지는
저 너머 어느 곳엔
벌써 몽글몽글 씨앗이 맺혔다는데요.
-세헤라자데-
4 월의 봄은 인연이 아닌듯 합니다
오랜시간 견디어 기다려온 봄이련만
어찌 이리 시련많은 시간만 계속되는지요?
갓 피어난 꽃 봉오리도 오돌오돌 떨고만 있습니다
계절의 잘못된 만남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합니다
-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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