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평창강 2011. 11. 14. 20:55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져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 원 규-

 

--------------------------------

살아가는 일 모두가 산에 오르는것과 같지 않을까요?

동네 산에 오르는것도

북에 설악 남에 지리에 오른는것도  

삶 또한 쉬울수도 어려울수도 있겠지요
쉽게 오르던 그 산이 어느날 갑자기 힘들어 질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내십시요

늘 힘든것은 아니니까요 ^^*

 

-해오름-


'이야기 >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청포도 사랑이 익은 뒤  (0) 2012.07.19
마음  (0) 2012.01.05
구월을 드립니다   (0) 2010.09.02
삶의 비망록  (0) 2010.07.01
저 너머 어느곳에..  (0) 2010.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