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가을 앞에서

평창강 2005. 10. 8. 00:20

가을 앞에서

 

남현우


사연이 하도 많아서
가슴을 내밀어 속내를 보여주는
너의 품 안에는
간간이 줄지어 남하하는
삐뚤한 그리움 몇 줄기
계절 너머로 건너가고
미처 합류하지 못한 청춘들만
떨어지는 낙엽으로
하늘에서 점점이 흔들린다

 


맨발로 허공을 나서던 태양이
깊은 심연으로 침몰하는
더 닿을 데 없는 바닥에서
꼿꼿이 등뼈 세우고
지느러미를 비벼대며
세월을 털어 내는 먼 산에는
시퍼런 청춘들이 벌써부터 발갛다.


 

Just For You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