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비 련(悲戀) /노 경영

평창강 2006. 3. 26. 09:00



비 련(悲戀)


                - 노 경영




바람
낯선 사람의 얼굴에서 그리움이 피어
눈을 뗄 수 없다, 그렇게
굳어버린 마른 걸음
발자국 위로 눈물 닿던 날

고개를 들어 본
하늘이 잿빛구름을 안고
슬픔에 잠겼던, 이렇게
을씨년스레 바람 불던 오후
한 잎 낙엽마저 쓸고 간 그리움
깊게 파고들어 그 얼굴마저
아린 가슴에 끌어안아야 했던

낙엽
낯선 골목의 막다른 모퉁이에 그리움이 쌓여
나가 갈 수 없다, 그렇게
서로 붙듦은 가슴
서걱거리는 소리 듣던 날

부질없는 바람에 내밀려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이
길 잃고 나뒹굴다가, 이렇게
막다른 해후상봉 했을까?
붙따르다, 붙따르다
흙먼지를 소복이 덮어쓰고
겹겹이 마른 사랑 속살로 삭힌 물 흐를때

이연(異緣)의 발걸음 아스라이
한 잎 가을이 묻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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