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마을풍경
찾아갈 벗이 있다면
길이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문득 만나고픔에 기별 없이 찾아가도
가슴을
가득 채우는 정겨움으로 맞이해주고
이런저런 사는 속내를 밤새워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지
않겠는가?
부부간이라도 살다 보면 털어놓을 수 없는 일이 있고
피를 나눈 형제간이라도 말 못할 형편도 있는데
함께하는
술잔만으로도 속마음이 이미 통하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마주함에 내 심정을 벌써 아는 벗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을 때
성할 때 이런저런 친구 많았어도
힘들고 어려우면 등 돌리고 몰라하는 세상인심인데
그래도 가슴 한 짐 툭 털어내 놓고
마주하며
세월이 모습을 변하게 할지라도 보고픈 얼굴이 되어
먼 길이지만 찾아갈 벗이라도 있으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오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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