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변주/장남제
비발디 사계가 자꾸 넘어진다
가을 어느 소절에서 걸려
넘어가지 못하고 넘어진다
차창 바깥 사계와는 달리
처음으로 되감기를 해도
저 번과 꼭 같다
봄 지나 여름 지나 가을에 들고
지금 어디쯤에서 탁탁 걸린다
동음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
내 인생 되감기가 된다면
어디쯤에서 다시 시작할까
이 곡 첫 소절에서, 아님
이전 곡에서부터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되감기만 된다면
삶을 변주하고 싶은 것이다
비발디 사계는 동음을 반복하고
나는 자꾸만
축 늘어진 생각을 되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