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은 말이 없다
그렇게 임을 잃은 어느 여인 가슴처럼
붉게, 붉게 마구 타들어 가다가 말고선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야 말 것이지만
그래도 가을 산은 아무 말이 없소이다
아니, 그렇게, 그렇게 아마도 끝내는
겨울이 오면 그때에는 하얗게 물들고
가을 산은 아무리 말이 없어도 붉게
붉게 마구 타들어 가고 말 것이지만
그래도 가을 산은 아무 말이 없소이다
내 임의 벌떡거리는 그녀의 가슴처럼
어미의 조마조마 한 사랑의 가슴처럼
이산가족의 눈물 젖은 한의 가슴처럼
바다에 실려 보낸 남편을 생각하면서
보고 싶어 밤새워 울어대는 여인처럼
그래도 가을 산은 아무 말이 없소이다
가을, 죽어도 가을 산은 말이 없소이다.
-권 연수-
가을의 전설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