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눈오는 마을

평창강 2008. 1. 11. 11:34

 

 눈오는 마을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눈과 밭과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 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어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

 다만

 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

 내릴 뿐이다

 

-김용택-

 

 Bond/Lullaby (Canon/Pachel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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