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이런 그대가 당신이었으면

평창강 2005. 5. 17. 20:30
 NAME  해오름    DATE  2005.02.15 - 00:16     UPDATE  2005.02.15 - 23:57
이런 그대가 당신이었으면


깊은 밤을 넘어선 새벽까지
쉰 목소리로 얘기 나눌 수 있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詩를 읽어주고 내 문자를 따뜻이 데워주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표현하면 표현할 수록
허기지는 이 깊은 외로움 속을 가끔 기웃거리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行間 깊은 곳까지
따라와 말줄임표까지 소리내어 읽을 줄 아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던 얘기를 먼저 꺼내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슴 깊숙히 소통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언어들의 끝이
끝없이 따뜻해져서 이 느낌들 만으로도 사랑의 가건물
한 棟 짓고도 남겠다 싶은 그런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계절이 뒤바뀌는 뒤숭숭한 날에
함께 차창 열고 짙어가는 바람 냄새 맡을 수 있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헤어지는 일이 아쉽지 않고
내 후두부 어디쯤엔가 따뜻하게 배어있는
배후같은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때로 침묵같은 때로 수다같은
영원히 넘어오지 못하는 내 에고의 문턱에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늙어가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늙은 표정의 여유와 은은한 미소 그리고
담담한 슬픔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밤중에 함께 마시는 차 한잔, 후루룩 입술에
닿는 물소리가 정겨운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재미없는 영화를 함께 보고난 뒤 눈을 맞추며
킥킥거릴 수 있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그 책의 어떤 대목에 줄치고 있느냐고
물을 수 있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잠오지 않는 날
밤새도록 쪽지글 나눌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못생긴 생각들 내 어설픈 욕망들이 그 맑은 거울을 만나면
이내 아름다워지고 순결해지는 그런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거짓말들에 지친 입과 귀를 쉬게 하는 순정의 언어들을 들려주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내 삶을 그립게 하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대처럼
한밤을 깜박여 늘 달려가고 싶은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엔 내 삶의 모든 낙천주의의 불빛이 어리고
소꿉장난하던 날의 애틋한 느낌들이 출렁거려
늘 한결같은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이름과 그 얼굴과 그 생각이 아주 담박해서
어쩌면 떠오르지도 않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곁에 감도는 공기, 휘발하는 계절의 기분,
어느 날 발담근 계곡물의 간지럼, 깊이 전해오는
해묵고 새로운 슬픔같은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밤늦게 달려간 인사동 어느 포장마차에서
소줏잔 가득 술을 따른 뒤 내 잔입술을 톡 치며 건배하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비틀거리는 등을 톡톡 쳐주며 택시를 잡아주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대를 위해 남은 인생의 한 반쯤 떼어주고 싶은
욕심이 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눈이 멀어 떠도는 시간의 남루를 잊을 수 있는 그런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진 기억이 이미 한 생애를 적셔 이대로 헤어지고 싶은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

뒷 동산엔 벌써 봄내음이 나는듯 하네요

추운것이 싫어지는 나이가 됐나봅니다

포그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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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IP: 218.155.181.27
죽 읽어보니
그대가  바로 나이군요. ㅋㅋ
음악 좋습니다...
근데  배꼽만 6개 보여요...
죠나단님 음악 씨디 구울때 2장 구워 저도 한 장 주세요...
2005.02.15 - 09:53 
kelly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IP: 24.199.127.94
저 역시도 누군가한테 그런 그대이면 좋겠네요
글이 길어서 아까 잠깐 들렸다 그냥 가고
다시 와서 다 읽었습니다
그림은 저도 안 보이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2005.02.15 - 12:03 
멋진바다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IP: 220.91.73.178
저는 그림두 음악두 다 안들리네요,
그래두 좋은 글은 잘 보이니 한참 읽었습니다.
누구의 가슴속에나 다 한번쯤은 저런 그대가 되었겟지요?
오늘 같이 흐린날엔 조용히 앉아 편안한 대화를 나눌수 있는
그런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02.15 - 16:24 
멋진바다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IP: 220.91.73.178
아,,,다시 클릭하니 음악은 잘 들려요.
그래두 여전히 그림은 안보이지만.ㅎㅎ
2005.02.15 - 16:25 
해오름 간단의견 수정::: 간단의견 삭제 ::: 회원아이디: j801101, IP: 203.226.142.22
ㅎㅎ 배꼽만 보이네요
죄송~~~~
어제 글올려놓고 확인했어야 했는데....
물망초님!
진짜 그런가요? ㅎㅎㅎ
그래요 구워서 드릴께요 ^^

keely님!
멋진바다님!
배꼽만 보여서 지송^^
다시 편집했습니다
그림이 좀 야한가요?ㅎㅎㅎ
좋은밤 되세요
2005.02.16 -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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