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소리
초여름 논둑에서 웅성거리며
풀꽃 향기 일어서는 소리
물 논 써레질 하는
황소 목에 달린 구릿빛 요령 소리
살구 노랗게 익어가는 그늘에 누워
복동이 불어대는 버들피리 가락에
투닥투닥 풋살구 떨어지는 소리
빨갛게 불티 나는 들꽃에 안기고 싶어
꽃방석 끼고 보채는 순이의 아양 소리
그렇게 분주한 소리 멀어지면
슬그머니 더운 바람 불러들이며
청보리 꺼끌꺼끌하게 익어가는 소리
뒷산 뻐꾸기 한낮 둥글게 말아가며
어지럽게 우는소리에
적막한 가슴 졸이며 유월의 들녘에 서면,
모두의 생명에
훈훈한 성장을 보태고 있다는
싱싱한 유월의 소리,
그 유월의 소리에 나무랄 데 없이
겸손해 지고 있다는
우리, 세월의 귀띔
- 박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