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기일

평창강 2007. 6. 15. 10:20


기일(忌日)

 

드넓은 벌판 한가운데
느티나무 아래
아버지는 그렇게 앉아계셨다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밤을 지새우셨는지?

 

아마도 지나온 당신의
파란 많은 삶을…….
병들은 자신을 돌보지 않는
아내와 자식들을 원망하고 계셨을까?

 

멀리 바라보이는 한강의 흐름처럼
강너머 지는 해의 모습처럼
당신 또한 흐르고 흘러
하루를 마감하고 지는 해와 함께
이제 생의 마감을 준비하고  계셨을까?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는 난
이제야 당신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올해도 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옴을 세고 있다


울컥 가슴이

울음을
토할 것 같다

 

 

김경호/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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