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고은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도량석 (道場釋)
그림은 변산 내소사(來蘇寺)
보호수(할아버지 당산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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