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글모음

일출

평창강 2006. 11. 4. 18:17
일출/ 박 일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까닭은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당신 앞에 선 제 모습은 늘
눈 비비며 하품하는
아이의 모습이었겠지요

기지개의 반경을 예측 못하고
날뛰던 하루는
어둠에 막을 내리기 다반사였고

후회스럽던 기억에 머리를 저으면서도
안녕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낮과 밤을 나누고
줄다리기처럼 살아야 할 하루
당신이 던져준

한 점 일출은
제게 무한한 용기였고
애인이었으며
굳건한 아버지였습니다

무엇이 힘들다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물을 탈출하려는
한 마리 숭어처럼 몸서리치도록
펄떡이고 싶습니다

가엾다 여기시진 마시고
예전과 변함 없이 장을 펼쳐 주소서

무모한 소망이었나요
어차피 당신에게
저는 앞으로도 아이로 남아야 되는
운명인 것을요

사는 동안
매일 밤을 지새우며 기다려야 할
이 숨통 터질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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